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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침을 닭의 몸통에 무리없이 꽃게 된 건 서른대여섯 되어서 덧글 0 | 조회 1,056 | 2021-04-14 13:12:02
서동연  
내가 구침을 닭의 몸통에 무리없이 꽃게 된 건 서른대여섯 되어서였어, 마저 얘기를 들어보자니까.하고 생소한 말을 듣는 듯이 허준을 건너보았다.앞마당 쪽으로 내달아가는 그들이 무어라 다급하게 고함지르는 소리들이 들렸다.그렇지만 나도 이 집에서 병잘 대하기 벌써 십몇 년이오. 이만한 질병자 따위 못 고칠 쑥맥으로 뵈오?이런 박정한 자 같으니, 일생의 운이 트이느냐 마느냐 하는 판에 추하고 깨끗한 게 그리 문젠가.창녕 성대 감댁이라니요? 않고서는 약을 지을 수 없다는 뜻올시다.일어서 나간들 갈 곳이 없었다.영달이가 오씨에게 공치사하듯 강변했다.돈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찾아온 병자들은 그 동안 통틀어 열서너 명일 뿐이었다.한솥밥 먹으며 함께 고생하던 것끼린데 이제 와서 너 혼자 단꿀을 먹겠단 말인가?병부잡이가 생침을 삼키며 유의태를 쳐다보았고 허준도 물었다.손씨가 몸을 일으켰다.아버님께올시다.이제 알겠군, 유의태 밑에 오가던 그 아일세, 보게.도서명: 소설 동의보감(상)허준은 주막담을 지나쳐 아무데로나 걷기 시작했다. .더구나 그 일로 불려간 남편이 스승 유의태에게 오히려 그 처방의 정확함을 크게 칭찬들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쩌면 지난 7년 동안 남편의 저 불철주야 각고의 정진은 가족인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적어도 유의태라는 거목이 촉망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도 짐작한 것이다.놀란 허준이 일으키려는 손을 임오근이가 두 손으로 붙잡았다.허준이 벙글거리며 마악 아내가 차려들고 들어오는 밥상을 받으며 자랑스레 일렀다.그 부부가 서로 부축하며 밤 깊은 우진사집 대문간을 나서자 골목 어귀에 숙영이를 데리고 서 있던 어머니가 달려와 며느리를 쓸어안았고 오히려 겸이 녀석이 피칠로 범벅이 된 아버지의 옷자락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고 집으로 오는 동안에도 녀석은 혼자 내내 울먹였다.유의태도 중도 대답이 없자 눈알을 굴려 두 사람의 안색을 살피던 도지가 얼른 정정했다.노자는 내 나름대로 마련할 궁리가 있소. 집에 있어도 생활에 도움도 못 됐던 사람이니 기다리지
유의태가 자기를 잊었듯이 자기 또한 유의태를 잊었노란 말에 가슴이 아파서였다.돈을 챙겨다 사정을 해도 누구 하나 거들떠 않는 인근의 의원들의 매정함에 이를 갈고 있던 구일서는 그 안광익에게 감지덕지하며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였다.호사스러운 치장으로 메운 방안에 성대감의 아내 정경부인 심씨가 누워 있었다. 오래 기동을 못하여 몸이 부은 듯했고 얼굴에 땀이 배있지 않았다면 시체로 착각하리만큼 안색은 창백하다 못해 푸른 기가 돌았다.송장?그제야 영달들이 다시 생기를 되찾아 한양 높은 사람들을 항해 욕지거리를 해 댔다.얘기하면 길다고 않는가. 우선 속부터 채우고 천천히 얘기함세.허준의 입이 얼른 떨어지지 못했다. 시임 우의정이며 내의원을 총괄하는 도제조에의 소개장이라면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다는 내의원 취재 합격을 이미 반이나 따놓은 것이나 같을지 모른다. 아니 반이 아니라 합격이 보장되는 것인지도 .용하게 참는구료.세상 돌아가는 소식이나 들을 겸 진주 부내에 나갔다가 연초에 내의원 취재가 있다는 고대해 마지않던 소식을 듣고 기고만장해서 돌아오던 도지와 임오근도 허준의 소식을 들은 순간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러니 이젠 저도 병사 마루로 올라서서 촛불도 들고 병부도 들고 다니며 스승님이 회진하시는 양을 더 가까이서 보는 것이 소원이올시다.9그까짓 술안주거리도 못 되는 네 눈을 뽑아서 어디다 쓰라는 게냐. 하나.침묵이 길었다.그 등잔의 불빛 속에서 허준의 손이 병자의 머리 꼭대기를 헤집기 시작했다. 성대감과 아들들의 목젖이 똑같이 마른침을 삼키며 오르내리다가 멎었다.방안의 공기가 탁합니다. 요강을 비워주소서.손씨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전임 사또?!산성 봉수대에는 분명 오늘 직숙일 터인데도 양태놈은 직처에 없었고 사또의 자제 허준의 출현에 오장 한 놈이 다가와 아첨기 어린 말을 걸다가 사라졌다. 허준은 봉수대 북쪽 비탈 말똥창고 앞에 서서 눈 아래 올망졸망 크고 작은 산봉우리와 저 아래 철산과 의주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큰길을 따라 번화한 용천읍이 백설에 덮여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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