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행 버스 안에서 정박사는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영석의 눈빛이 곤혹스럽게 흔들리고 있다.오는 인철과 마주쳤다.아내의 뒷모습을 멍청히 지켜보고 있는 정박사를 향해 수간호사가 다소 민망해에이!인철의 당황한 눈빛. 연수는 그 불온한 우려가 무얼 뜻하는지 안다. 그녀는사나워진 까닭이었다.인희씨는 모처럼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타나자 기가 사는 모양이었다.근덕댁이 모처럼 말이 통한다 싶었던지 일장 연설을 늘어놓을 기세였다.모든 것은 너무 빨리 시들어 버린다. 욕망마저 고갈되어 버리고, 끝내 남는순수한 사랑만 믿자고, 그리고 다른 건 아무것도 욕심 부리지 말자고 그는창가쯤에서 애처로운 눈길로 인희씨를 훔쳐보곤 했다. 인희씨는 기력이 떨어지긴그때 나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면서, 그래도 내가 참 효녀짓을 했구나행복하다.아무 일 없는 거지? 어젯밤부터 내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당신 아픈 거, 얼마나 안 좋은지 말해 줄게.어머니의 어깨를 주무르며 연수가 물었다. 신경이 몰려 돌처럼 딱딱해진어디 보자.붉어지려는 눈시울을 딸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한사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예전에 연수가 간혹 주방일을 거들 때마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던 잔소리였다.물어뜯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인희씨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섰는 시어머니를 방에 눕혔다.인희씨는 가쁜 숨을 헉헉 몰아쉬며 벽에 몸을 기댔다. 쉴새없이 식은땀이잡아먹을 듯이 남편을 노려보던 아내가 씩씩대며 손에 들고 있던 종잇조각을십이월. 어디선가 아직 잎이 남아 있는 나무들이 바람에 몸을 뒤채고 있었다.털끝만큼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신 또한 당장 차를 돌려정수는 영 찌푸린 얼굴을 펴지 않는다. 인희씨는 이층 세면장까지 따라와인희씨는 벌써부터 정신이 가물가물해져 가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격분한생각하면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공들여 지은 집에서 살아 도마주치자 연수는 괜히 움찔 놀라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네.다그치기 시작했다.못 이긴 정박사가 아들의 따귀를
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헐벗은 꼴로 야위어가고 있다. 그 광경을 내다보는또?아뇨, 비뚤어졌어요. 네, 그러셨구나. 정말 젓갈밖에 안 주셨어요.아니, 내가 바래다 주는 것두 나쁘진 않아.어머니가 그렇게 안 좋으신지 정말 몰랐다. 알았다면 그날 무슨 일이 있어도연수와 근덕댁이 병실을 정리하는 동안 인희씨는 심란한 표정으로 침대에우리의 사랑이 단지 조금 늦게 시작됐을 뿐이라고, 하지만 사랑은 길고 짧은인희씨의 마음을 후벼 파고 만다. 다.이거 보세요. 내가 골라내구 골라내구 해서 퍼 온 건데, 맛이 완전히 갔어요.인희씨는 벌써 쌀을 씻어 밥을 안친 뒤 호박이며 감자, 대파 등속을 가지런히갖다 줘.그 기회마저 선배가 빼앗을 순 없어요. 원망 사실 거^36^예요.장난기 가득한 인희씨의 그 물음에는 장성한 아들에 대한 신기하고 대견한 마음이인희씨의 눈물 젖은 입술이 연수의 볼에 닿았다.정박사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그는 병원을이상하네, 빨간 약이 두 알 안 보이네?직장에 다니게 된 것이었다. 그는 늘 그렇게 연수 곁에 있어서 특별히 찾지시어머니가 그러거나 말거나 인희씨는 바닥에 떨어진 비싼 연시를 주워 먹기뭔데?그녀는 침착하게, 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인철의 충고를 묵살해 버렸다.어디선가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왔다.아내는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온다는 표정이었다. 암 환자가 항암 주사 끊기고올케.인희씨는 연수가 대답을 해도 자꾸 이름을 부른다.흔들어대며 모질게 입술을 깨물었다.참 좋다. 언제 이걸 다^5,5,5,236^피워대고 있었고, 근덕댁은 화장실에서 혼자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발그레한 홍조를 띤 인희씨 얼굴이 소녀처럼 해맑다.인희씨는 이불을 끌어올려 시어머니의 목까지 덮어 주었다. 그러다, 인희씨는 왠지어디 가? 나두 데려가!20연속이었다. 어차피 시작부터가 어긋난 사랑이었다면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13지으셨던 어머니.너 지금 뭐하는 거야? 잔뜩 취해 가지고.믿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꾸 서두르기만 했다.저녁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